영원의 도시 로마, 2800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감동 여행
로마 테르미니 역에서 내린 순간, 당신은 단순한 관광객이 아닌 시간 여행자가 됩니다. 이탈리아 중부 라치오 주의 심장부에 위치한 로마는 티베르 강이 부드럽게 감싸 안은 일곱 개의 언덕 위에 펼쳐진 살아있는 역사책입니다. 지중해성 기후의 온화한 품 속에서 고대 로마 제국의 영광과 르네상스의 찬란함, 그리고 현대 이탈리아의 활기찬 삶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요. 280만 명이 살아가는 이 도시는 면적 1,285㎢에 달하지만, 주요 관광지들은 걸어서도 충분히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아담하게 모여 있습니다. 무엇보다 로마만의 특별함은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2,000년 전 유적들이에요. 아침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다가도 창밖으로 고대 로마의 기둥이 보이는, 그런 마법 같은 일상이 가능한 곳이죠.
2800년 역사의 무게
기원전 753년 4월 21일, 로마의 역사는 팔라티노 언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작은 도시국가로 출발한 로마는 기원전 509년 공화정을 거쳐 기원전 27년 아우구스투스가 초대 황제가 되면서 제국 시대를 열었어요. 특히 1세기부터 2세기까지 '팍스 로마나(로마의 평화)' 시기에는 지중해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 제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서로마 제국이 476년 멸망한 후에도 로마는 기독교의 중심지로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갔어요. 교황청이 바티칸에 자리 잡으면서 전 세계 가톨릭의 성지가 되었고, 15세기부터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에는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베르니니 같은 거장들이 불멸의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1871년 이탈리아 통일과 함께 로마는 새로운 이탈리아 왕국의 수도가 되었고, 1946년 공화국 선포 이후 현재까지 이탈리아의 정치, 문화, 경제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어요.
로마 건국 신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대서사시입니다.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이네아스의 후손이자 알바 롱가 공주 레아 실비아가 전쟁의 신 마르스와 사이에서 낳은 쌍둥이 로물루스와 레무스. 숙부 아물리우스 왕의 질투로 티베르 강에 버려진 이들을 암늑대(루파)가 발견해 젖을 먹이며 키웠다는 이야기입니다. 목동 파우스툴루스에 의해 구조된 후 성장한 형제는 조부 누미토르 왕을 복위시키고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도시의 위치와 지배권을 두고 갈등하던 중 로물루스가 레무스를 죽이고 팔라티노 언덕에 '로마'를 세웠다는 것이 건국 신화의 핵심입니다. 흥미롭게도 2006년 팔라티노 언덕에서 발견된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생가로 추정되는 '팔라티노 하우스'와 기원전 8세기경 정착지 흔적들은 이 지역에 실제로 고대 정착민들이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신화와 역사가 만나는 신비로운 순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로마는 인류 역사를 바꾼 거인들의 무대였습니다.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기원전 100~44년)는 갈리아 정복으로 로마의 영토를 두 배로 늘렸고, "주사위는 던져졌다(Alea iacta est)"라는 명언과 함께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 공화정의 마지막 장을 열었습니다. 그의 양아들 아우구스투스(기원전 63~서기 14년)는 로마 제국의 초대 황제로서 200년간 지속된 '팍스 로마나'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나는 벽돌로 된 로마를 물려받아 대리석의 로마로 만들어 남긴다"는 그의 말처럺 로마를 찬란한 대도시로 탈바꿈시켰죠.
'명상록'의 저자이자 '철학자 황제'로 불리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121~180년)는 스토아 철학을 실천하며 "우리가 듣는 것은 의견이지 사실이 아니다"라는 깊은 통찰을 남겼어요. 그의 치세는 로마 제국 황금기의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오감으로 만나는 로마의 매력
새벽 6시, 아직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전 콜로세움 앞에 서시면 특별한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아침 햇살이 2,000년 된 트라베르틴 석회암을 비추며 만들어내는 황금빛 그림자 속에서 검투사들의 함성이 들려오는 듯한 감동을 느끼실 것입니다. 바티칸 박물관 시스티나 성당에서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올려다보시는 순간의 그 압도적인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천장화를 바라보시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한 경외감에 휩싸이게 되실 것입니다.
트레비 분수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는 로마의 심장박동과 같으며,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실 때의 설렘은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들어줍니다. 특히 밤에 조명을 받은 분수의 모습은 정말 환상적입니다. 판테온 중앙 천창(오쿨루스)으로 쏟아지는 햇빛은 마치 신들의 축복처럼 신비롭고, 비가 올 때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트라스테베레 골목을 거니시면 할머니들이 만드는 까르보나라 향기와 에스프레소의 진한 향을 만끽하실 수 있습니다.
계절마다 다른 로마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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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4월 - 5월): 로마 여행의 최적기입니다. 평균기온이 15°C - 23°C로 완벽하며, 빌라 보르게세 정원의 장미와 아카시아가 만개해 도시 전체가 꽃향기로 가득 찹니다. 부활절(3월 말 - 4월 중순) 시기 바티칸의 특별 미사는 평생 기억에 남을 감동을 선사해드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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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6월): 아직 무덥지 않아 관광하기에 좋으며(20°C - 28°C), 일조시간이 길어 오후 9시까지도 밝아서 여유롭게 둘러보실 수 있습니다. 로마 여름 축제들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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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7월 - 8월): 최고 35°C까지 올라가 더위가 심하지만, 8월 15일 '페라고스토' 축제와 야외 영화제 등 특별한 이벤트들이 많습니다. 이 시기에는 오전 일찍이나 저녁 늦게 관광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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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9월 - 10월): 두 번째 최적기로 18°C - 25°C의 쾌적한 날씨와 함께 가을 햇살이 만드는 황금빛 로마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로마 국제 영화제와 로마 유로파 페스티벌이 열리는 문화의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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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11월): 평균 14°C - 18°C로 선선하지만 관광하기에는 좋으며, 무엇보다 관광객이 적어 여유롭게 둘러보실 수 있습니다. 11월 마지막 주부터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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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12월 - 2월): 10°C - 15°C의 온화한 날씨로 생각보다 춥지 않습니다. 크리스마스와 신정 시기의 로맨틱한 분위기가 일품이며, 1월부터 시작되는 겨울 세일 쇼핑도 큰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
알아두면 유용한 로마 여행 팁
로마 여행을 더욱 알차게 즐기시려면 미리 알아두실 것들이 있습니다. 우선 로마패스(Roma Pass)를 적극 권해드립니다. 48시간권(€36.50)은 첫 한 곳 무료 입장과 대중교통 무료 이용이, 72시간권(€58.50)은 첫 두 곳 무료 입장과 대중교통 무료 이용이 가능합니다. 사전 예약은 필수입니다. 특히 바티칸 박물관, 콜로세움, 보르게세 미술관은 반드시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하시기 바랍니다. 현장에서 표를 구매하시려면 2 - 3시간은 기본으로 대기하셔야 하므로 소중한 여행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시려면 사전 예약이 필수입니다. (로마패스는 2025년 요금 기준)
식사 시간을 꼭 참고해주세요. 이탈리아에서는 점심을 오후 1시 - 3시, 저녁을 오후 8시 이후에 드십니다. 너무 일찍 레스토랑에 가시면 문이 닫혀 있을 수 있습니다. 대신 아페리티보(Aperitivo) 문화를 경험해보시길 권합니다. 오후 6시 - 8시경 칵테일 한 잔 주문하시면 간단한 안주를 무료로 제공받으실 수 있는 이탈리아만의 특별한 문화입니다. 매월 첫 번째 일요일은 특별합니다. 국립박물관들이 무료 개방되는 날입니다. 다만 상당한 인파를 감안하셔야 합니다. 식수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로마 시내 곳곳에 '나소네(Nasone)'라는 무료 식수대가 있어서 물병만 준비하시면 언제든 시원한 물을 드실 수 있습니다.
스페인 계단, 트레비 분수 같은 관광지에서는 소지품 관리에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지하철에서는 가방을 앞으로 메고 다니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영원한 감동이 기다리는 곳
로마는 한 번의 여행으로는 절대 다 볼 수 없는 도시예요. 매번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발견과 감동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2,800년의 세월이 켜켜이 쌓인 이 도시에서 당신만의 특별한 순간들을 만들어보세요. 골목 곳곳에서 만나는 분수대의 물소리, 석양이 물드는 테베레 강변의 산책, 깊은 밤 홀로 서 있는 콜로세움의 웅장함까지... 로마에서의 모든 순간이 평생 간직할 소중한 추억이 될 거예요. 아마 집에 돌아가서도 "언제 다시 로마에 갈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 거예요. 그것이 바로 '영원의 도시' 로마의 마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