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나 광장(Piazza Navona)은 로마에서 다른 어느 곳보다도 밤이면 활기차게 움직이는 곳입니다. 초상화를 그려주는 거리의 화가, 마임을 하며 여행객들의 시선을 끄는 거리의 광대, 흥겨운 곡을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 그리고 쇼핑백을 가득 들고 사진찍기에 열중인 관광객들까지, 이 모든 풍경이 광장에 분위기를 한껏 활기차게 만듭니다.
르네상스와 바로크의 멋진 건물에 둘러싸여 있고, 베르니니의 솜씨가 돋보이는 광장의 분수는 예술의 세계로 인도하는 듯합니다.
나보나 광장에는 '4대강 분수', '무어인의 분수', '넵튠의 분수' 이렇게 3개의 분수가 있습니다. 빅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가와 리나시멘토 가 그리고 자나르델리 가로 둘러싸인 이 지역은 고대 로마 시대에는 도미티아누스 황제가 세운 거대한 경기장과 시 발표회나 음악회가 열렸던 오데온(Odeon) 극장이 있던 자리였습니다. 당시 경기장은 서기 86년에 도미티아누스 황제가 조성한 길이 240m, 폭 65m의 전차 경기장이었습니다.
현재는 길고 좁은 광장만이 도미티아누스 황제의 경기장이 있었음을 알려줄 뿐 나머지 유적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도미티아누스 황제는 이곳에서 그리스 경기를 모방한 각종 경기와 경주를 개최하였습니다. 검투사와 야수가 사활을 건 혈투를 벌였던 원형 경기장 콜로세움과 달리 이곳에서는 지력과 체력을 겨루는 그리스식 경연이 벌어졌습니다.
연설과 웅변, 시 낭송, 음악회 등이 오데온에서 개최되었고, 경기장에서는 달리기, 레슬링, 원반던지기, 투창 경기 등이 펼쳐졌습니다. 356년 콘스탄티우스 2세는 도미티아누스 황제의 경기장이었던 이곳의 대리석을 모두 걷어내었고 이후 사람들이 찾지 않는 이곳은 5세기경 완전히 폐허가 되었습니다. 중세 내내 폐허로 방치되어 오다가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 복원되어 로마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소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16세기 초, 각국의 추기경과 대사들이 자리를 잡았고 교황의 집무실이 있기도 했으며, 부유한 은행가들이 이곳에 집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서적 판매상, 조각공, 세밀화가 등이 나보나 광장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광장이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7세기 되면서 분수들이 광장을 장식한 이후입니다. 나보나 광장의 3개의 분수 중에서 양쪽 끝의 두 분수는 베르니니의 설계에 의해 17세기 조반니 안토니오 마리가 완성하였습니다. 이 중에서 '4대강의 분수'가 가장 볼만합니다.
오벨리스크 아래에, 아프리카의 나일강, 유럽의 도나우강, 아메리카의 라플라타강, 아시아의 갠지스강이 4인의 거인 조각을 통해 상징화 되어있습니다. 각 인물은 사자, 말, 용, 뱀 등 4대륙을 상징하는 동물들과 종려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오벨리스크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비둘기와 올리브 가지는 교황을 배출한 팜필리 가문을 상징합니다.
여러 조각들로 아름다운 분수이기는 하지만, 그 이면에는 누구나 사지 않을 수 없는 빵에 세금을 부과하여, 거둔 세금으로 이 분수를 지었다고 하니 역사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기도 합니다.
넵튠의 분수(Fontana di Nettuno)는 넵튠 신을 조각한 것으로 16세기 말 경 나보나 광장으로 옮겨진 분수입니다. 거대한 무너와 싸우고 있는 중앙에 위치한 넵튠 조각과 그 주변의 조각은 19세기에 제작된 것입니다.
무어인의 분수(Fontana del Moro)는 16세기 말에 제작된 것을 1653년 교황 이노켄티우스 10세의 요청에 따라 베르니니가 다시 보수한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이 인근에는 장인과 숙련공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고, 수공예품을 파는 가게들도 많이 들어서 있습니다. 차량 통행이 금지되어 있어 교통 체증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나보나 광장은 항상 축제 분위기 같은 느낌을 주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