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의 붓끝에서 영원이 된 로마의 심장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의 보석 같은 도시 아를, 그 구시가지 심장부에 자리한 포룸 광장(Place du Forum)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선 시간 여행의 문입니다.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드리운 그늘 아래, 이곳은 고대 로마 시대의 번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2025년 현재에도 여전히 활기 넘치는 살아 있는 무대로서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며 일상의 리듬이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서기 1세기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 시대에 건설된 이 광장은 당시 '아렐라테(Arelate)'라 불렸던 로마 식민도시의 경제적, 정치적, 종교적 중심지였습니다. 원래는 훨씬 더 큰 규모로 현재의 Boulevard des Lices에서 론 강까지 뻗어있었던 이 포룸은 로마 도시 계획의 정수를 보여주는 곳으로, 네 개의 기념비적인 주랑과 아케이드 갤러리가 대광장을 둘러싸고 있었으며 조각상과 기둥들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크립토포르티쿠스의 지하 회랑 위로 광장이 펼쳐졌고, 광장 주변으로는 신전, 바실리카, 상점 등 중요한 공공건물들이 들어서 있었으며, 시민들은 이곳에서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축제를 즐기며 도시의 중요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중세 시대를 거쳐 상업 거래의 중심지가 되었고, 때로는 사형이 집행되는 장소이기도 했던 이곳이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것은 네덜란드 출신의 위대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때문입니다. 고흐는 1888년 2월 - 1889년 5월까지 아를에 머무르며 수많은 걸작을 남겼는데, 그중에서도 1888년 9월 광장의 북동쪽 모퉁이에서 이젤을 세우고 그린 "밤의 카페 테라스(Café Terrace at Night)"는 바로 이 포룸 광장에 위치한 카페를 배경으로 그려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고흐는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카페의 따뜻한 불빛과 밤하늘의 별들을 자신만의 색채로 표현하여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현재도 그 유명한 노란색 카페는 'Le Café Van Gogh'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1990년 그림과 똑같은 모습으로 복원되어 방문객들이 그림 속 장면을 직접 체험하고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하는 순례지가 되었습니다. 광장 중앙과 뒤편에 서 있는 두 개의 코린트식 기둥은 2세기 로마 신전의 유일한 잔해로, 반손상된 페디먼트와 함께 고대 로마 행정 및 종교 중심지의 마지막 증인으로 남아 당시의 웅장함을 짐작게 하며 과거의 위엄을 조용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광장에는 또한 1904년 노벨문학상을 공동 수상한 프레데릭 미스트랄(Frédéric Mistral)의 동상이 세워져 있어 프로방스 문화의 자부심을 보여줍니다. 미스트랄은 프로방스어로 문학 작품을 써서 지역 문화의 부흥에 크게 기여한 작가로, 아를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었습니다. 오늘날 포룸 광장은 아를인들과 관광객들이 어우러지는 가장 '사교적인' 장소로서 생기가 넘칩니다. 낮에는 광장을 둘러싼 수많은 노천카페와 레스토랑이 테라스를 펼치고 시장과 어린이의 웃음소리가 퍼지며, 밤이 되면 와인잔과 거리 연주자의 음악이 어우러져 그림 속 풍경처럼 은은한 조명 아래 더욱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사람들이 모여 앉아 반 고흐가 그렸던 그 마법 같은 순간을 재현합니다. 주변에는 갤러리, 서점, 미술관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어 잠시 골목으로 눈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감각적인 경험이 펼쳐집니다. 이 작은 광장 한 켠에는 전설적인 호텔 노르 피뉘스(Nord Pinus)가 자리하고 있어, 피카소를 비롯한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머물렀던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시청과도 인접해 있어 크립토포르티쿠스 지하 회랑으로의 접근도 용이합니다.
3천 평방미터 규모의 이 포장된 광장에서는 계절마다 다양한 문화 행사들이 열리며, 특히 3월에는 전통적인 투우 축제인 '카페아 뒤 포룸(Capéa du Forum)'이 개최되어 지역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4월 - 9월에는 햇살이 길어 노을까지 즐기기 좋은 시간대이며, 10월 - 3월에는 한산한 광장에서 반 고흐의 시선을 따라 걷기에 오히려 더 좋을지도 모릅니다. 여름철에는 종종 야외 전시회나 문학 행사가 열려 고대와 현대가 만나는 독특한 문화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포룸 광장 자체는 개방된 공간이기에 24시간 언제든지 자유롭게 방문하여 로마 시대의 흔적과 고흐의 예술적 영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를 시내 중심부에 위치하여 밴 고흐 카페에서 바로 그 자리에 있으며, 아를 원형 경기장에서 200m, 아를 고대 극장에서 100m 거리에 있어 다른 주요 유적지들과 함께 둘러보기에 매우 용이합니다. 가장 가까운 대중교통 정류장은 Georges Clémenceau 버스 정류장으로, 도보 약 2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 또한 뛰어납니다.
포룸 광장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서, 전설보다는 일상의 이야기가 쌓여가는 곳으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시간의 층위가 겹겹이 쌓인 살아있는 역사책입니다. 로마 제국의 영광부터 중세의 번영, 그리고 반 고흐의 예술적 영감까지,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작은 광장에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고대 유산과 현대 감성이 조용히 공존하는 아를의 상징이자, 시간의 결이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장소에서 역사와 예술이 숨 쉬는 아를의 진정한 상징을 느끼며, 고대 로마의 발자취를 따라 걷고 고흐의 시선으로 아를의 밤을 느껴보는 특별한 경험과 함께 프로방스의 진정한 매력을 만끽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