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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블릭 광장
Place de la République, Arles

국가/도시 프랑스/아를
주소 Place de la République, 13200 Arles, France
연락처 NONE
홈페이지 NONE
오픈시간 24시간
관광지 위치 아를 시내 중심가에 위치. 아를 시청(Hôtel de Ville)과 생 트로핌 대성당(Basilique Saint-Trophime) 바로 앞. 가장 가까운 교통편은 아를 기차역(Gare d'Arles)에서 도보 10분 거리, 또는 기차역에서 시내버스 3번 이용 가능. 광장 남쪽에 아를 관광청이 위치해 있어 관광 정보 제공
관광지 소개

시간이 머무는 곳, 아를 리퍼블릭 광장의 고요한 울림

 

 

남프랑스의 햇살 아래, 세월의 결이 드러나는 아를의 중심에 자리한 리퍼블릭 광장(Place de la République)은 도시의 과거와 현재가 겹겹이 쌓인 특별한 공간입니다. 1981년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를 역사지구의 심장부에서, 고대 로마의 웅장함과 중세의 경건함, 그리고 현대적 활력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문화의 성소로 여행자들을 맞이합니다.

광장 중앙에 우뚝 솟은 4세기 로마 오벨리스크는 이곳의 가장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원래 고대 로마 경기장의 중앙벽에 설치되어 있던 이 붉은 화강암 기념물은 1676년 루이 14세의 명령으로 현재의 자리에 재설치되었습니다. 19세기에 추가된 분수대와 청동 사자 머리 장식이 더해져, 원형의 분수를 중심으로 고전적 우아함의 절정을 보여주는 예술 작품으로 완성되었습니다. 햇살 속에서 미니 무지개를 만들어내는 분수는 광장에 평온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선사합니다.

 

 

 

광장의 남쪽을 장엄하게 채우고 있는 생 트로핌 대성당(Cathédrale Saint-Trophime)은 12세기와 15세기에 걸쳐 건축된 프로방스 로마네스크 양식의 걸작입니다. 5세기 성 스테파노 성당 터 위에 세워진 이 대성당은 254년부터 주교가 있었던 갈리아 최초의 기독교 공동체 중 하나로, 한때 갈리아의 수석 대성당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1178년 프리드리히 바르바로사 황제의 대관식을 위해 조성된 조각 장식이 화려한 정문은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로마네스크 포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최후의 심판을 묘사한 팀파눔과 성인들의 조각상들이 방문객들에게 깊은 영감을 선사하며, 왼쪽에는 천국으로 향하는 구원받은 자들이, 오른쪽에는 지옥으로 끌려가는 죄인들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1676년에 완공된 아를 시청사(Hôtel de Ville)는 루이 14세 시대의 고전주의 건축 양식을 대표하는 건물로, 광장의 웅장한 전망을 완성하는 핵심적 역할을 합니다. 중앙 페디먼트에 새겨진 태양 문양은 태양왕 루이 14세를 상징하며, 3층 건물의 첫 번째 층에는 이중 기둥이 발코니로 이어지는 유리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건물 지하에는 기원전 30년경에 건설된 크립토포르티쿠스(지하 회랑)로 연결되어 고대와 근세가 만나는 신비로운 공간을 제공합니다.

중세 시대에는 생 트로핌 교회와 생 안느 교회 사이의 좁은 공간에 불과했던 이 광장은 17세기 시청사 건립과 함께 대대적인 변화를 겪으며 현재와 같은 웅장한 규모로 확장되었습니다. 시대를 거치며 다양한 양식과 기능의 기념물들이 더해져, 마치 이탈리아 광장을 연상시키는 독창적인 앙상블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광장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가 1888년 2월부터 1889년 5월까지 머물며 300여 점의 작품을 창작한 아를에서 그가 자주 거닐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파리에서의 2년간의 생활에 지친 반 고흐는 남쪽의 따뜻한 햇살과 찬란한 색채를 찾아 아를에 도착했고, 이곳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완성해 나갔습니다. 그가 "남쪽의 일본"이라고 불렀던 아를에서의 시간은 그의 예술적 절정기를 이루는 소중한 순간들이었으며, 비록 광장 자체를 그린 작품은 남기지 않았지만 그의 눈에 비친 아를의 정서는 이 고요한 공간에도 깃들어 있습니다.

오늘날 리퍼블릭 광장은 여전히 아를 시민들과 방문객들이 만나는 활기찬 광장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주변에는 카페와 상점들이 즐비하여 일상의 삶과 역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3월 - 10월) 따뜻한 계절에는 노천 카페들이 테라스를 내어놓고, 광장을 가득 채운 햇살과 함께 커피 한 잔이나 파스티스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매년 여름 열리는 아를 국제 사진 페스티벌(Rencontres d'Arles) 기간에는 이곳이 문화 예술의 중심무대가 되어 전 세계 사진작가들과 예술 애호가들의 만남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광장의 이름 '리퍼블릭'은 프랑스의 자유와 시민정신을 상징하지만, 그 속에는 고대와 중세, 종교와 정치, 삶과 예술이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특별한 유래나 전설은 없지만, 이곳은 2천 년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시간의 교차점이자, 도심에서 지친 발걸음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아를을 이해하는 가장 자연스럽고 조용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