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를 중앙역에서 시작하는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하루 여정
여행의 시작: 아를 중앙역(Gare d'Arles)에서 구시가지로
1848년에 개장한 아를 중앙역(Gare d'Arles)에서 우리의 특별한 여정이 시작됩니다. 역사 건물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이곳에서 바라보는 프로방스의 따스한 햇살을 만끽해보세요. 역 앞 택시 정류장과 버스 정류장을 지나, 왼쪽으로 뻗어나가는 폴랭 탈라보 대로(Avenue Paulin Talabot)를 따라 걸으며 아를의 일상이 시작되는 모습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약 7분간의 여유로운 걸음으로 플라스 라마르틴(Place Lamartine)을 지나면, 구시가지 입구인 포르트 드 라 카발르리(Porte de la Cavalerie)가 반갑게 맞아줍니다. 이 문을 통과하는 순간,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 중세와 고대 로마의 세계로 발걸음을 내딛게 됩니다.
첫 번째 만남: 리퍼블릭 광장(Place de la République)
구시가지 중심부에 위치한 리퍼블릭 광장(Place de la République)는 아를의 심장과도 같은 곳입니다. 광장 중앙에 우뚝 선 4세기 로마 오벨리스크는 1676년 루이 14세의 명으로 이곳에 세워졌으며, 19세기에 추가된 장식적인 받침대와 청동 사자 머리 분수대가 고전적인 우아함을 더해줍니다.
광장을 둘러싼 플라타너스 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현지인들과 여행자들이 어우러지는 일상의 풍경을 바라보세요. 이곳에는 아를 관광청(Office de Tourisme)이 바로 남쪽에 위치해 있어, 필요한 지도나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운영시간: 오전 9시 - 오후 12시 45분, 오후 2시 - 오후 4시 45분)
두 번째 감동: 생 트로핌 성당(Église Saint-Trophime)
리퍼블릭 광장 동쪽에 자리한 생 트로핌 성당(Église Saint-Trophime)은 12 - 15세기에 걸쳐 건설된 로마네스크 양식의 걸작입니다. 성당 정면의 정교한 조각들은 마치 돌로 쓴 성경책 같아서, 중세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신앙을 표현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최후의 심판을 묘사한 팀파눔의 조각들은 그 섬세함과 서사적 웅장함으로 방문자들을 압도합니다. 성당 내부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옆 건물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생 트로핌 회랑(Cloître Saint-Trophime)은 프로방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로마네스크 회랑 중 하나로 꼽힙니다. (회랑 입장료: 유료, 오전 9시 - 오후 7시)
세 번째 경이: 로마 원형경기장(Amphithéâtre Romain)
성당에서 북쪽으로 5분 정도 걸으면, 아를의 상징인 로마 원형경기장(Amphithéâtre Romain, Les Arènes)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기원후 90년경에 건설된 이 거대한 타원형 건축물은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었으며, 검투사들의 치열한 경기가 펼쳐졌던 무대였습니다.
현재도 여름철에는 콘서트와 투우 경기가 열려 고대의 열정이 되살아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경기장 내부를 자유롭게 탐험하며 최상층에서 바라보는 아를 시내의 전경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입니다. (입장료: 유료, 오전 9시 - 오후 7시)
네 번째 발견: 고대 극장(Théâtre Antique)
원형경기장에서 남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고대 극장(Théâtre Antique)이 나타납니다. 기원전 1세기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대에 건설된 이 극장은 한때 1만 명의 관객을 수용했으며, 지금도 두 개의 웅장한 로마 기둥이 당시의 영광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극장 객석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며, 2천 년 전 이곳에서 울려 퍼졌을 연극과 음악을 상상해보세요. 여름철에는 실제로 다양한 공연이 열려 고대와 현대가 만나는 특별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 여유: 크립토포르티쿠스(Cryptoportiques)
시청 지하에 숨겨진 크립토포르티쿠스(Cryptoportiques)는 기원전 1세기에 건설된 지하 회랑으로, 로마 포룸의 기초 역할을 했던 놀라운 건축물입니다. U자 형태의 이 지하 공간은 여름철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시원한 피난처이기도 합니다.
거대한 기둥들과 아치가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서 고대 로마인들의 건축 기술에 감탄하게 될 것입니다.
여섯 번째 성찰: 포룸 광장(Place du Forum)과 반 고흐의 흔적
포룸 광장(Place du Forum)은 반 고흐가 그린 유명한 '밤의 카페 테라스'의 배경이 된 곳입니다. 광장 주변의 카페들은 여전히 노란 차양과 따뜻한 조명으로 그 시절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어, 마치 반 고흐의 그림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고대 로마 신전의 코린트식 기둥 두 개가 여전히 남아있어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곳에서 한 잔의 커피와 함께 느긋한 시간을 보내며 반 고흐가 바라본 아를의 풍경을 상상해보세요.
일곱 번째 성찰: 에스파스 반 고흐(Espace Van Gogh)
플라스 뒤 포룸에서 동쪽으로 5분 정도 걸으면 에스파스 반 고흐(Espace Van Gogh)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16세기에 건설된 옛 아를 병원으로, 반 고흐가 귀를 자른 후 치료받았던 바로 그 곳입니다. 현재는 문화센터로 사용되고 있으며, 반 고흐가 그린 '아를 병원의 정원'에서 묘사된 그 아름다운 중정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노란 벽과 아치형 회랑, 그리고 중앙의 정원이 만들어내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는 방문자들의 마음을 치유해줍니다. 이곳에서 반 고흐는 병원 생활 중에도 그림을 그렸으며, 그의 예술혼이 결코 꺾이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여덟 번째 경험: 알리스캄(Alyscamps) - 선택적 코스
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구시가지에서 남동쪽으로 15분 정도 걸어 알리스캄(Alyscamps)을 방문해보세요. 이곳은 로마 시대부터 중세까지 사용된 거대한 묘지로, 반 고흐도 여러 차례 그림으로 남긴 신비로운 장소입니다.
플라타너스 나무가 늘어선 길을 따라 걸으며 고대 석관들을 바라보는 경험은 마치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명상적 순간을 선사합니다. 길 끝에 있는 작은 성 오노라 교회는 소박하면서도 감동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홉 번째 놀라움: LUMA 아를(LUMA Arles) - 선택적 코스
현대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LUMA 아를(LUMA Arles)을 꼭 방문해보세요.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미래적인 타워는 옛 철도 조차장을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놀라운 사례입니다. 반짝이는 알루미늄 외관의 타워는 멀리서도 보이며, 아를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타워 내부에서는 현대 미술 전시를 감상할 수 있고, 최상층에서는 아를 시내와 카마르그 평원까지 한눈에 내려다보는 장관을 즐길 수 있습니다. (입장 : 오전 9시 - 오후 6시)
여행의 마무리: 론강(Rhône) 산책과 휴식
하루의 도보 여행을 마무리하며 론강(Rhône) 강변을 따라 여유롭게 산책해보세요. 강변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반 고흐가 그린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의 배경이 된 바로 그 풍경입니다. 잔잔한 물결 위로 비치는 아를의 조명들과 멀리 보이는 교회 첨탑들이 만들어내는 낭만적인 풍경은 여행의 완벽한 마침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