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년의 기도가 울려 퍼지는 성스러운 공간, 리스본 대성당에서 만나는 포르투갈의 영혼
리스본의 언덕을 오르다 보면, 도시의 오랜 숨결을 머금은 듯한 한 건축물이 정면에 펼쳐집니다. 리스본 대성당(Sé de Lisboa)입니다. 리스본의 심장부 알파마 언덕에 자리한 이곳은 단순한 종교 건축물을 넘어선, 포르투갈 역사와 신앙이 살아 숨 쉬는 거룩한 성역입니다.
1147년 아폰수 엔히케스 왕이 무어인들로부터 리스본을 탈환한 직후 건설이 시작된 이 성당은, 무어인들의 대모스크 터 위에 세워져 기독교 재정복의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건설을 총괄한 인물은 제2차 십자군 원정에 참여했던 영국인 십자군 기사 길베르트 드 헤이스팅스(Gilbert of Hastings)로, 리스본의 첫 번째 주교로 임명되어 이 성스러운 공간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초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시작된 건축은 13세기 초반까지 이어졌으며, 13세기 말 디니스 왕이 고딕 양식의 회랑을 추가하고, 아폰수 4세가 고딕 양식의 주 예배당과 보행로를 건설하면서 고딕, 로마네스크, 바로크 양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오늘날의 복합적인 건축 양식을 완성했습니다.
대성당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리스본이 낳은 가장 위대한 성인, 성 안토니우스(Santo António)와의 깊은 인연입니다. 1195년 페르난도 드 불로에스(Fernando de Bulhões)라는 이름으로 대성당 바로 옆에서 태어난 그는, 이곳에서 세례를 받고 신학을 공부하며 성가대에서 활동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어린 시절 이곳에서 공부하던 중 악마의 유혹을 받았지만 십자가 표시를 그어 물리쳤다고 하며, 오늘날에도 상층 성가대로 올라가는 계단 벽에는 '성 안토니우스의 십자가'가 새겨져 있어 그의 흔적을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대성당에는 리스본의 수호성인인 성 빈센트(São Vicente)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습니다. 4세기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 시대에 순교한 사라고사의 부제 빈센트의 유해는 1173년 9월 16일 이곳으로 옮겨져, 대성당을 중요한 순례지로 만들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그의 유해는 까마귀들이 인도하는 배를 타고 포르투갈에 도착했다고 전해지며, 리스본의 상징이자 믿음의 수호자로 여겨져 도시의 문장에도 그의 배를 타고 온 전설이 새겨져 있습니다.
정면의 쌍둥이 종탑과 장중한 스테인드글라스 창이 첫눈에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외관은 마치 중세 요새를 연상시키는 견고한 모습으로, 두 개의 종탑이 입구를 지키고 있으며 성벽 위에는 총안이 있어 레콘키스타 시대의 군사적 기능을 보여줍니다. 내부로 들어서면 배럴 볼트로 덮인 본당과 아치형 갤러리, 그리고 서쪽 파사드와 트랜셉트의 장미창을 통해 들어오는 신성한 빛이 방문객들을 맞이합니다. 입구 좌측에는 성 안토니우스가 세례를 받은 바로 그 세례반이 보존되어 있으며, 18세기 타일 패널로 장식된 세례당은 그리스도의 생애와 성 안토니우스의 물고기 설교 등 성스러운 장면들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14세기 무렵의 회랑(클로이스터)이 유적으로 남아 있으며, 특히 고딕 회랑의 발굴 작업에서는 로마 시대의 상점가 유적, 서고트족 건물의 흔적, 그리고 무어인 모스크의 붉은 벽 일부가 발견되어 리스본의 다층적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물 박물관에는 18세기 포르투갈에서 제작된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성광 중 하나인 '족장 성광'이 전시되어 있어 방문객들의 탄성을 자아냅니다.
대성당은 단순한 종교적 공간을 넘어, 수차례 지진과 화재를 견디며 리스본의 중심을 지켜온 '도시의 기억'이기도 합니다. 특히 1755년 리스본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부분적인 재건과 20세기 초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통해 오늘날의 모습을 되찾은 모습은, 이 도시가 어떤 시련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빛처럼 살아있다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방문 시간은 11월부터 5월까지는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6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특히 4월 - 9월에는 저녁까지 긴 시간 머무를 수 있어 트램 28번을 타고 도착해 늦은 오후 햇살 속에 고요한 종소리를 듣는 것이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루트입니다.매년 6월 13일 성 안토니우스 축일에는 대성당에서 시작되어 알파마 지구를 관통하는 성대한 행렬이 펼쳐져, 리스본 시민들과 순례자들이 함께 성인을 기리는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성당 인근에는 알파마 지구의 좁은 골목길, 파두 음악이 흐르는 작은 바들이 함께 어우러져, 이곳을 걷는 것만으로도 '리스본을 여행하고 있다'는 감각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단단한 석조의 외벽, 오랜 세월을 견뎌온 성소, 그리고 도시의 정신이 녹아든 공간. 8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무수한 기도와 찬송이 울려 퍼진 이 성스러운 공간에서, 방문객들은 포르투갈의 깊은 신앙심과 불굴의 역사 정신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리스본 대성당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도시 전체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신앙의 근원이자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