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이야기가 흐르는 거리, 스트란드가텐에서 만나는 베르겐의 따뜻한 품

베르겐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스트란드가텐은 노르웨이에서 가장 전통 있는 쇼핑거리이자,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베르겐의 상업 중심지입니다. '해안 거리'라는 뜻을 지닌 이 길은 이름처럼 바다와 가까워, 걸음을 옮길수록 짠 내음과 부드러운 바람이 따라오며, 일상과 여행의 경계에 선 특별한 거리입니다.

총 길이 1.2km에 달하는 이 거리는 토르갈메닝엔에서 시작되어 노르드네스 반도의 동쪽 해안을 따라 뻗어있으며, 19세기에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번화한 쇼핑거리로 불렸던 명성을 지금까지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역사의 흔적이 깊이 새겨진 이곳은 여러 차례의 대화재를 겪으며 끊임없이 재건되어 왔지만, 그 뿌리는 중세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특히 1916년 베르겐 대화재 이후 1919년부터 1936년까지 재건된 동쪽 구간은 통일감 있는 아름다운 건축 양식을 자랑합니다. 아름다운 포장석, 넓은 보도, 그리고 비가 많은 베르겐의 날씨를 고려한 상점 위의 작은 지붕 확장부가 인상적이며, 도시가 가진 해양 상업의 역사를 상기시키는 건물들과 노르웨이 특유의 알록달록한 목조 건축물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마치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을 선사합니다.

무랄메닝엔에서 홀베르갈메닝엔까지의 구간은 1971년 베르겐 최초의 보행자 전용 거리가 되었으며, '고가텐(Gågaten)', 즉 '걷는 거리'라는 애칭으로 불립니다. 이 구간은 1916년 화재를 면한 덕분에 19세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낮은 목조 건물들과 고대 건축물의 흔적들이 다른 구간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베르겐의 오랜 상업 전통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건물들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1771년 설립된 노르웨이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베이어(BEYER)와 1595년 설립된 노르웨이 최초의 약국이자 노르웨이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 중 하나인 스바네아포테켓(Svaneapoteket)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상점들과 함께 고풍스러운 상점과 카페, 현지 디자이너 숍들이 줄지어 서 있어, 관광객뿐 아니라 베르겐 시민들에게도 여전히 사랑받는 산책로가 되고 있습니다.

문화적으로도 의미 깊은 장소입니다. 베르겐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집터가 있었으나, 1944년 독일 증기선 포르보데호의 폭발로 안타깝게 소실되었습니다. 또한 18세기 유명한 극작가 루드비그 홀베르그의 어린 시절 집터의 유적도 1985년까지 이곳에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유명한 브뤼겐(Bryggen)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으며, 피시마켓(Fisketorget)에서 이어지는 감성 루트로도 좋습니다. 공식적인 명소나 기념비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그 자체가 베르겐의 정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살아있는 공간'입니다.

특히 5월 ~ 9월 사이에는 따뜻한 햇살 아래 거리 곳곳에 놓인 야외 테이블에서 커피 한 잔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입니다. 현지 주민들이 천천히 걷고, 자전거를 타고, 웃음을 나누는 풍경은 여행자에게도 작은 쉼표가 되어줍니다. 현재 스트란드가텐은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베르겐의 대표적인 문화와 쇼핑의 메카로, 방문객들은 이 거리를 걸으며 천년 베르겐의 역사와 현대적 감각이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조용하지만 깊이 있는 베르겐의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스트란드가텐은 분명히 그 여정을 아름답게 만들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