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르비온 강변의 노을처럼 부드러운 한 잔, Bilbaína Beer
구겐하임 미술관의 티타늄 외벽이 햇살에 반짝이는 빌바오. 중세 시대부터 철강업과 조선업으로 번영했던 이 바스크 지방의 심장부는 19세기 산업혁명 시기 스페인에서 바르셀로나 다음으로 중요한 공업 중심지였습니다. 지금은 현대적인 서비스업 도시로 화려하게 변신했지만, 여전히 바스크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그 전통의 중심에 특별한 맥주 문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빌바오 맥주 문화의 중심에는 라 살베(La Salve)가 있습니다. 1886년 독일인 양조업자의 아들이 네르비온 강 어귀에서 시작한 이 맥주는 현재 구겐하임 미술관 옆 라 살베 다리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1978년 생산이 중단되었다가 2014년 36년 만에 부활한 라 살베는 "우리는 태어나지 않았다, 깨어났다"는 슬로건처럼 빌바오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라 살베는 자연스럽고 파스퇴르 살균처리나 여과를 하지 않으며 첨가물도 없는 전통 방식으로 양조합니다. 다른 맥주보다 12배 긴 시간을 들여 제조하는 이런 방식 덕분에 세계적인 맥주 품평회에서 인정받는 실력파가 되었습니다. 대표작인 라거 아우텐티카는 5% 도수의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자랑하는 클래식 라거로, 24캔에 19유로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됩니다. 프리미엄 라거인 루시아(5.7%)는 20세기 초 라 살베를 이끈 여성 사업가의 이름을 딴 제품이며, 독일 뮌헨 스타일의 깊고 풍부한 맛을 자랑하는 뮌헨(6.2%)도 인기가 높습니다. 월드 비어 챌린지에서 2019년, 2021년, 2022년 금메달을 수상했고, 바르셀로나 비어 챌린지에서는 2018년부터 연속 수상하며 품질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빌바오의 크래프트 비어 씬도 활발합니다. 어반비어(UrbanBeer)와 드렁큰 브로스(Drunken Bros)가 빌바오의 대표적인 브루어리이며, 산세바스티안 근처의 바스크랜드(Basqueland)도 빌바오 지역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시내 중심 우달레체코 주비아 다리 근처의 바스쿼리는 빌바오 최초의 브루펍으로 7개 탭에서 자체 맥주와 게스트 맥주를 제공하며, 레스토랑과 베이커리, 양조장, 매장까지 모든 것이 한 곳에 있습니다. 빌바오에서 17킬로미터 떨어진 고르데홀라 마을의 라우가르 브루어리는 국제적으로 알려진 마이크로브루어리로, 강하고 진한 맥주와 세련된 그래픽으로 유명하며 매월 마지막 토요일 공장 견학과 시음을 제공합니다.
크래프트 비어를 즐기려면 몇 곳을 추천합니다. 프린치페 칼레아 3번지의 테고비는 아늑한 천장과 재미있는 분위기를 가진 코지한 바로, 7개 탭에서 현지 맥주를 제공하며 새로운 소규모 양조장들을 지원합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버거와 치즈 플레이트도 함께 즐길 수 있어요. 그레고리오 데 라 레비야 주마르칼레아 8번지의 펭귄 바는 16개 탭의 다양한 맥주와 독특한 펭귄 스컬 탭 핸들로 유명하며, 대부분 수입 맥주이지만 소규모 양조장의 현지 맥주도 제공합니다. 아레차가 칼레아 6번지의 비호츠 카페는 6개의 크래프트 비어 탭과 옴니폴로, 미켈러, 사이렌 등 유럽의 훌륭한 양조장들의 병맥주를 판매하며, 카스코 비에호 구시가지의 라 무가는 11개 탭 중 4개를 정기적으로 교체하는 바스크 크래프트 비어를 전문으로 합니다.
빌바오에서는 바에서 바로 이동하며 핀초스와 맥주를 즐기는 '핀초스 호핑'이 진정한 현지 문화입니다. 구겐하임 미술관을 관람하고 라 살베 다리에서 인증샷을 찍은 후, 카스코 비에호에서 핀초스 호핑을 즐기며 다양한 맥주바를 체험해보세요. 마지막으로 아르트산다 산 푸니쿨라로 빌바오 야경을 감상하면 완벽한 맥주 투어가 완성됩니다.
라 살베는 현지에서는 리베라 시장 주변 상점들이나 카스코 비에호 구시가지 내 바들과 상점들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헤트초의 문도 데 세르베사스에서도 판매하고 있어요. 맥주와 음식의 페어링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고트치즈 핀초스와 라 살베 라거의 부드러운 조화, 바스크 전통 요리인 코드 알 필 필과 크래프트 IPA의 만남, 바스크 소시지인 치스토라와 앰버 에일의 풍미 조합은 모두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라 살베 한 잔과 함께 네르비온 강처럼 유유히 흘러온 빌바오의 전통을 맛보고, 새롭게 떠오르는 크래프트 브루어리에서 도시의 미래를 엿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