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Europe 여행지 정보

코르티나담페초
Cortina d'Ampezzo

국가/도시 이탈리아/돌로미티 지역
주소 Corso Italia, 33, 32043 Cortina d'Ampezzo BL, 이탈리아
연락처 +39 0436 4291
홈페이지 https://cortinadampezzo.it/
오픈시간 24시간 (도시는 연중 개방)
관광지 위치 베니스에서 약 158km (차량 약 2시간, 버스 약 2시간 50분)
베로나에서 약 254km (차량 약 2시간 36분, 버스 약 4시간 30분)
관광지 소개

눈부신 절벽과 햇살의 골짜기, 코르티나담페초가 겨울을 영화처럼 바꾸는 순간

 

 

 

베니스에서 북쪽으로 2시간,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마치 하늘이 빚어낸 원형극장처럼 펼쳐지는 계곡이 나타납니다. 해발 1,224m,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돌로미티 산맥의 심장부에 자리한 코르티나담페초(Cortina d'Ampezzo)입니다. 첫 순간부터 이곳이 단순한 스키 리조트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하게 됩니다. 하늘로 치솟는 석회암 봉우리들이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색을 바꾸고, 계곡 아래의 마을은 알프스 특유의 단정한 리듬으로 하루를 열어갑니다. 이곳은 산과 문화, 그리고 세계적인 스포츠 무대가 겹쳐지는 '무대형 목적지'에 가깝습니다.

 

3,000m가 넘는 토파네(Tofane) 산군이 서쪽을 지키고, 동쪽으로는 빙하의 흔적이 남은 크리스탈로(Cristallo)가 우뚝 솟아 있으며, 남쪽으로는 신비로운 크로다 다 라고(Croda da Lago)가 계곡을 감싸 안습니다. 360도 모든 방향이 장엄한 돌로미티의 암벽으로 둘러싸인 풍경은, 자연이 인간에게 선사한 특별한 무대입니다. 왜 사람들이 이 작은 마을을 "돌로미티의 여왕(Queen of the Dolomites)"이라 부르는지 - 그 별명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단번에 이해하게 됩니다.

 

 


 

 

천 년의 시간이 새긴 역사

코르티나의 시간감각은 독특합니다. 이름 "코르티나(Cortina)"는 중세 라틴어 "작은 뜰(small court)"에서 유래했으며, 12세기부터 사람들이 정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1156년 6월 15일자 공증 문서에는 두 형제가 이 땅을 매입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오랜 세월 이곳이 살아 숨 쉬는 공동체였음을 증명합니다. 한때 합스부르크 제국의 영토였던 코르티나는 라딘(Ladin) 언어와 문화를 간직한 채, 오랜 세월 산악 공동체의 정신을 이어왔습니다.

 

마을 문장 아래 새겨진 라틴어 모토 "Modo vivo ac tuta quiesco(절제 있게 살고 평화롭게 쉰다)"는 오늘날까지도 이곳 사람들의 삶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한편으로는 1956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라는 역사적 상징이 도시의 정체성을 단단히 잡아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앞둔 현재진행형의 긴장감이 거리를 더 생생하게 만듭니다. 같은 도시가 두 개의 올림픽 시대를 품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코르티나담페초는 '한 번쯤'이 아니라 '제대로' 들여다볼 이유가 생깁니다.

 

1956년 1월, 코르티나는 이탈리아 최초로 동계올림픽을 개최했습니다.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최초의 동계올림픽이기도 했던 이 대회는 코르티나를 단숨에 세계적인 윈터 스포츠의 메카로 만들었습니다. 당시 건설된 올림픽 아이스 스타디움과 봅슬레이 트랙, 스키점프대는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며 영광의 순간을 증언합니다. 그리고 2026년 2월, 70년 만의 귀환이 이루어집니다. 현재 마을 곳곳에서는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대회를 위한 준비가 한창입니다.

 

 


 

 

산을 삶으로 살아낸 사람들

코르티나의 세련된 풍경 이면에는 산악 문화의 뿌리가 있습니다. 이를 상징하는 인물이 바로 **리노 라체델리(Lino Lacedelli, 1925-2009)**입니다. 코르티나담페초에서 태어나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던 그는, 1954년 7월 31일 아킬레 콤파뇨니(Achille Compagnoni)와 함께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 K2(8,611m)의 정상에 최초로 오른 알피니스트입니다.

 

젊은 시절부터 돌로미티의 암벽을 오르며 기술을 연마했던 라체델리는 코르티나의 명문 등반 클럽 "스코이아톨리(Scoiattoli, 다람쥐들)"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지역 산악 공동체의 정신을 이어갔습니다. K2 등정 후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K2 스포츠(K2 Sports)라는 등산 장비점을 운영하며 산악 가이드와 스키 강사로 일했습니다. 2004년, 거의 80세의 나이에 딸 알베르타와 함께 K2 베이스캠프까지 트레킹하며 젊은 등반가들에게 정신을 전승했던 모습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됩니다.

 

현재 코르티나의 친퀘 토리(Cinque Torri) 스키 구역에는 그의 이름을 딴 '리노 라체델리 슬로프'가 있으며, 2021 스키 월드컵과 2026 올림픽을 위해 설계된 이 코스는 코르티나가 단지 '휴양지'가 아니라 '산을 삶으로 살아낸 사람들의 고장'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오감으로 만나는 코르티나의 질감

코르티나의 심장부는 코르소 이탈리아(Corso Italia)입니다. 보행자 전용 거리로 조성된 이곳은 세련된 부티크와 전통 공예품 가게, 우아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어 알프스의 샹젤리제라 불립니다. 거리 중앙에는 68.5m 높이의 성당 종탑 "엘 치암파닌(el Ciampanín)"이 우뚝 서 있어, 코르티나의 상징이자 만남의 장소가 되어줍니다. 종탑 꼭대기에는 60두카트의 금을 녹여 만든 황금빛 구체가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돌로미티의 하늘과 하나가 됩니다.

 

코르티나의 매력은 '멀리서 보는 절경'보다 '가까이서 만나는 질감'에 있습니다. 골짜기를 가르는 차가운 바람, 손끝으로 느껴지는 바위의 거친 결, 스키를 탈 때 눈이 눌리며 내는 섬세한 소리 - 이런 감각들이 여행의 기억을 선명하게 고정해 줍니다. 코르티나의 산들은 "예쁜 배경"이 아니라, 하루의 동선을 통째로 디자인해 주는 구조물에 가깝습니다.

 

영화가 코르티나를 사랑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1981년, 제임스 본드 시리즈 12편 "For Your Eyes Only(유어 아이즈 온리)"가 이곳에서 촬영되었습니다. 로저 무어가 연기한 007 요원이 로터스를 몰고 눈 덮인 코르소 이탈리아 거리를 질주하는 장면, 토파나 정상의 바 치마 토파나(Bar Cima Tofana)에서 펼쳐지는 스파이들의 조우, 올림픽 봅슬레이 트랙에서의 숨 막히는 추격전 - 이 모든 장면들이 코르티나의 빼어난 풍광을 세계에 알렸습니다. 피터 셀러스 주연의 "The Pink Panther(핑크 팬더, 1963)"도 미라몬티 마제스틱 그랜드 호텔(Miramonti Majestic Grand Hotel)을 무대로 촬영되었으며, 1993년 실베스터 스탤론의 "Cliffhanger(클리프행어)", 최근에는 넷플릭스 영화 "My Name is Vengeance"와 이탈리아 인기 드라마 "Un Passo dal Cielo" 등이 이곳에서 제작되었습니다. 여행자는 종종 그 장면의 좌표를 따라 걸으면서, 코르티나가 단지 아름다운 곳이 아니라 '연출 가능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됩니다.

 

 


 

 

사계절, 네 개의 얼굴

  • 겨울(12월 - 3월)이면 코르티나는 눈부신 백색 세계로 변합니다. 돌로미티 슈퍼스키(Dolomiti Superski) 지역의 일부로, 120km가 넘는 스키 슬로프가 펼쳐지며, 토파나, 팔로리아(Faloria), 친퀘 토리 등 각기 다른 특색을 지닌 스키 구역들이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모두를 환영합니다. 특히 여성 스키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올림피아 델레 토파네(Olimpia delle Tofane) 코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슬로프로, '챔피언의 코스'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스키를 타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토파나 정상(3,244m)에 오르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돌로미티의 장엄한 풍경이 가슴을 뛰게 만듭니다. 해질 무렵, 석회암 암벽이 분홍빛과 주황빛으로 물드는 "엔로사디라(Enrosadira)" 현상은 코르티나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자연의 신비입니다.

 

  • 봄(3월 - 5월)이 찾아오면 잔설 아래에서 야생화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합니다. 맑은 산 공기와 함께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계절입니다. 여름(6월 - 9월)의 코르티나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초록빛 초원과 푸른 하늘, 그리고 하얀 돌로미티 암벽의 대비는 화가의 팔레트를 연상시킵니다. 600km가 넘는 하이킹 트레일과 30개 이상의 비아 페라타(Via Ferrata, 철제 로프가 설치된 등반로)가 트레킹 애호가들을 기다립니다. 특히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aredo)로 향하는 트레킹은 일생에 한 번은 꼭 경험해야 할 코스로 꼽힙니다.

 

  • 가을(9월 - 11월)이 오면, 코르티나는 황금빛과 진홍빛으로 물듭니다. 관광객이 줄어든 조용한 산책로에서 낙엽을 밟으며 걷는 시간은, 이곳이 선사하는 가장 내밀한 선물입니다. 계절이 바뀌면 산장과 트레일, 전망대가 도시의 생활 반경을 밖으로 넓혀 줍니다.

 

 


 

 

실용 정보와 문화 공간

코르티나는 베니스에서 약 158km(차량 약 2시간, 버스 약 2시간 50분), 베로나에서 약 254km(차량 약 2시간 36분, 버스 약 4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공항은 베니스 마르코 폴로 공항(약 148km)과 트레비소 공항(약 138km)입니다. 공항에서는 직행 버스 또는 기차와 버스를 환승하여 코르티나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도시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만을 간직한 곳이 아닙니다. 카사 델레 레골레(Casa delle Regole)에서는 공동체가 함께 목초지와 숲을 관리하던 레골레(Regole) 전통을 배울 수 있으며, 마리오 리몰디 현대미술관(Mario Rimoldi Museum)에서는 20세기 이탈리아 회화의 걸작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1769년 - 1775년에 건축된 바로크 양식의 성 필립보와 야고보 대성당(Basilica dei Santi Filippo e Giacomo)은 코르티나 사람들의 신앙과 예술적 감수성을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소라피스(Sorapiss) 산 아래 언덕에 자리한 5성급 미라몬티 마제스틱 그랜드 호텔은 1900년대 초반에 지어진 역사적인 건물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암페초 계곡의 전망은 한 편의 그림엽서 같습니다. 리노 라체델리가 설립한 K2 스포츠는 지금도 코르티나 중심가에서 등산과 스키 장비를 판매하며, 그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균형이 만들어낸 완벽함

코르티나담페초를 가장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 결국 그 균형입니다. 화려함이 있지만 과장되지 않고, 스포츠의 속도가 있지만 자연의 고요가 무너지지 않습니다. 하루는 코르소 이탈리아의 산책처럼 부드럽게 시작할 수 있고, 몇 시간 뒤에는 산의 고도와 빛이 완전히 다른 세계로 데려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코르티나는 '무엇을 할지'보다 '어떤 기분으로 머물지'를 먼저 떠올리게 하는 도시입니다.

 

2026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코르티나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관광, 환경 보호, 그리고 지역 문화의 보존 - 이 세 가지를 조화롭게 이루어내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올림픽은 도시를 잠시 스쳐 가는 이벤트가 아니라, 코르티나라는 목적지가 가진 정체성을 '현재형'으로 증명하는 계기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코르티나는 "이미 완성된 리조트"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장면을 준비하는 도시"라는 두 얼굴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코르티나담페초는 그저 지나가는 여행지가 아닙니다. 이곳은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곳, 자연과 인간이 오랜 세월 함께 빚어온 조화의 공간입니다. 겨울 아침 창문을 열면 들려오는 새하얀 침묵의 소리, 여름 저녁 초원에서 풍겨오는 야생화의 향기, 가을 숲길에서 마주치는 황금빛 햇살 - 이 모든 순간들이 코르티나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기분은, 생각보다 오래 남습니다.

 

베니스에서 북쪽으로 두 시간, 이 길을 달려 코르티나에 도착하는 순간, 당신은 이탈리아의 또 다른 심장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돌로미티의 여왕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