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 Doge's Palace, 도제궁)은 베네치아의 권력과 번영의 상징입니다. 9세기에 베네치아 공국의 총독 관저로 만들어졌으며, 몇 번의 보수 공사를 거쳐 건축되었습니다. 그 안에서는 총독 관저이자 정부 기구, 법정, 감옥에 이르기까지 행정 중심 기능을 담당했습니다.
지금의 모습은 15세기 때 북방에서 전해진 고딕 예술이 베네치아의 동방적인 장식과 융합이 되어 독특한 양식을 탄생시켰고, 이것을 베네치안 고딕이라 불리웁니다. 9세기 산마르코 성당이 베네치아의 종교적인 상징이라면, 베네치아 공국 총독의 사저인 두칼레 궁전은 바다 위의 공화국이었던 베네치아의 정치, 군사, 예술, 경제 전 분야를 상징하는 위대한 건축물입니다. 과거에 베네치아를 통치했던 영주들이 살았던 곳으로 2층은 가로 22m, 세로 7m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유화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AD 825년으로 추정되는 건물 자리에 재건된 것을 바탕으로 14~16세기에 걸쳐 완전히 개조되었으며, 고딕 양식의 대표적 건물입니다.
궁전의 외관이 흰색과 분홍빛의 대리석 문양으로, 파사드로 장식되어 있어, 궁을 더욱 아름답게 하고 아래층의 회랑 기둥 받침은 36개로 되어있습니다. 궁의 모퉁이를 장식하는 군상은 좌측에서부터 우측으로 솔로몬의 심판, 아담과 이브, 만취한 노아 등을 묘사한 것입니다. 입구의 이름은 포르타 델라 카르타(Porta della Carta, 문서의 문, 게시의 문)로 불리는데, 옛날 이 문에 포고문을 게시하였기 때문입니다. 이 문은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박공의 삼각면에는 베네치아의 상징인 산마르코의 사자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 문은 포르티카토 포스카리(Porticato Foscari)로 이어집니다. 반대편에는 거인의 계단(Scala dei Giganti)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산 소비노가 조각한 군신 마르스와 해신 넵튠의 조상이 이곳에 세워져 있습니다. 산 소비노의 황금 계단(Scala d’Oro) 꼭대기에서 관람을 시작하고 궁 내실들을 순서대로 둘러보세요. 대사가 총독을 접견하기 전에 대기하던 곳인 ‘4개의 문이 있는 방(Sala delle Quattro Porte)’, '외교사절단 및 대표단의 대기실(Sala dell’ Antecollegio)', '총독이 회의를 주재했던 방(Sala del Collegio)', 그리고 상원 의원들이 요구 사항을 제출했던 '상원 의원의 방(Sala del Senato dei Pregati)' 등이 있습니다. '10인 위원회의 방(Sala del Consiglio dei Dieci)'도 볼만하고 특히 '원형 회의실(Sala del Maggior Consiglio')은 놓치면 후회할 것입니다. 1,300㎢에 달하는 거대한 대평의원 회의실은 새 총독을 지명하는 선거가 이루어졌던 곳입니다. 이곳에는 틴토레토의 천국(Paradise)을 비롯하여 76명의 역대 총독 초상화가 걸려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개표 작업이 이루어지던 방(Sala dello Scrutino)'을 둘러보세요. 계단을 내려오면 탄신의 다리(Ponte dei Sospiri)가 나옵니다. 이 다리를 건너간 죄인들은 다시는 이 세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하여 이름 지어졌습니다. 탄식의 다리를 건너면 총독 관저의 지하 감옥으로 연결됩니다.
틴토레토(1518~1594) 천국
1577년 원래 이 자리에 있던 구아리엔토의 '성모의 대관식'이 화재로 소실된 후 틴토레토가 다시 그린 그림입니다. 천사, 성자, 구원받은 자 등 수많은 인물이 소용돌이를 이루며 성모와 예수님을 찬양하고 있는 구도입니다. 22m가 넘는 크기로 인해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심을 느끼게 합니다.
파올로 베로네세(1528~1588) 베네치아의 승리
대회의실의 천장화입니다. 모든 비평가가 이구동성으로 인정하는 총독 궁의 걸작 중 하나입니다. 여성으로 의인화된 베네치아는 황금으로 장식된 옷을 입은 채 구름 위에 마련된 옥좌에 앉아 있습니다. 베네치아 주위에는 영광, 명성, 평화, 자유, 상업, 농업 등이 의인화되어 묘사되어 있습니다. 솔로몬 신전의 기둥을 본뜬 기둥으로 지어진 궁은 사실은 2층이지만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관점에서 그려진 그림은 네 부분으로 되어 있어 연극적 연출 같은 뛰어난 공간 구성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밝은 색채, 활동적인 인물들의 포즈, 그리고 수많은 상징과 인물들에도 불구하고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티치아노(1490~1576) 신앙 앞에 무릎을 꿇은 안토니오 그리마니 총독
‘4개의 문을 갖고 있는 방’에 있습니다. 1576년에 완성했지만, 티치아노가 이 그림을 주문받은 것은 20여 년 전인 1555년입니다. 그림이 완성되었을 때는, 이미 그림의 주인공인 총독이 숨을 거둔 후였습니다. 총독 궁에서는 총독이 경배드리는 모습을 그린 그림을 여러 점 볼 수 있습니다. 신과 총독(다른 국가에서는 왕에 해당)의 관계는 총독과 베네치아 시민의 관계를 암시하는 왕권신수설의 우의적 표현입니다. 그리마니 총독은 2년 정도 권좌를 차지하고 있다가 숨을 거두고 맙니다. 왼쪽에는 베네치아의 수호성인인 산마르코와 사자가 보입니다. 십자가를 왼손으로 감싸고 있는 젊은 여인은 성모 마리아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당찬 느낌을 줍니다. 그림 오른쪽에 긴 창과 칼을 차고 있는 무장들은 르네상스 시절 지중해 인근의 긴장감과 무역의 중요성을 일러주고 있습니다.
파올로 베로네세(1528~1588) 베네치아에게 총독의 관모와 부를 내리는 주노 여신
'10인 위원회실'에 있습니다. 베로네세가 25살 한창나이 때 그린 그림입니다. 그가 그린 여러 점의 천장화 중 이 그림이 가장 인기가 있고 또 걸작이기도 합니다. 풍요를 상징하는 이 그림은 교역이 부의 원천이었던 베네치아 사람들에게는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총독의 관모와 왕관, 그리고 금화들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장면은 풍요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유럽 여러 궁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