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정원이 숨 쉬는 곳, 인상주의와 조경 예술의 만남 – Bois des Moutiers
노르망디의 작은 해안마을 바렌주빌 쉬르 메르(Varengeville-sur-Mer). 이곳 해안절벽 위에 펼쳐진 부아 데 무띠에르(Bois des Moutiers)는 단순한 정원이 아닌, 예술과 자연이 손을 맞잡은 하나의 시(詩) 같은 공간입니다. 디에프에서 불과 7킬로미터 떨어진 이 12헥타르 규모의 장원은 1898년 영국 건축가 에드윈 러티언스(Edwin Lutyens)와 조경가 거트루드 지킬(Gertrude Jekyll)이 협업해 탄생시킨 이곳은 영국 예술과 프랑스 자연이 조화를 이룬 프랑스 유일의 아츠 앤 크래프츠 운동 사례로, 1975년 역사기념물로 지정되었고 2004년 '프랑스 주목할 만한 정원'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놀라운 정원의 시작은 1897년 당시 38세의 은행가 기욤 말레(Guillaume Mallet)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거대한 계곡을 구입하면서부터입니다. 개신교 은행가 집안 출신인 그는 젊은 아내 마리-아델라이드 그뤼넬리우스(Marie-Adelaïde Grunelius)와 함께 이곳에 예술과 자연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꿈의 공간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당시 불과 29세였던 러티언스는 훗날 인도 뉴델리의 라시트라파티 바반(대통령궁)을 설계하게 될 젊은 천재 건축가였고, 그와 함께 작업한 거트루드 지킬은 한 번도 이곳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오로지 도면과 서신만으로 정원 설계를 완성해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페이 드 코(Pays de Caux) 지역에서는 극히 예외적인 산성 토양과 해양성 기후 덕분에 히말라야 철쭉, 중국 진달래, 칠레의 유크리피아, 일본 단풍나무 등 3,000여 종의 희귀한 외래 식물들이 자연스럽게 토착화되어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1899년 심어진 목련나무는 2020년 시작된 대대적인 복원 공사 중에도 소중히 보호되었으며, 50미터 길이에 걸쳐 10미터 높이까지 자란 거대한 백색 철쭉 'Rhododendron x Halopeanum'은 아틀라스 삼나무를 배경으로 장대한 스펙터클을 연출합니다.
하얀 철쭉과 장미, 나무 그림자 사이로 걷다 보면, 이곳을 사랑한 인상주의자들의 발자취가 조용히 따라옵니다.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 정원은 러티언스가 설계한 아츠 앤 크래프츠 양식의 매너 하우스 주변에 7개의 구획된 정원들이 "녹색 방(chambres vertes)"을 이루며 둘러싸고 있는데, 각각의 정원은 지킬이 색채와 향기를 절묘하게 조합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도록 설계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정원의 배치는 실내의 방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 예를 들어 화이트 가든 끝의 주목 울타리에 마련된 두 개의 석조 의자는 음악실 반대편의 작은 옷장 두 개와 큰 창문의 배치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20세기 초 디에프가 프랑스와 외국의 예술가들과 작가들을 맞이하던 휴양지였던 시절, 수많은 문화 거장들의 사랑을 받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클로드 모네는 이 지역의 빛과 공기를 따라 작업지를 확장했고, 조르주 브라크는 바로 인근 생 발레리 교회에 잠들며 이 땅에 마지막 숨을 묻었습니다. 터너, 피카소, 페르낭 레제, 로댕, 드뷔시, 라벨, 에릭 사티, 자크 프레베르, 안드레 브르통, 장 콕토, 안드레 지드, 버지니아 울프 등이 이곳을 찾았으며, 특히 마르셀 프루스트, 자크-에밀 블랑슈, 아펠레스 페노사는 기욤 말레와 특별한 우정을 나누었습니다. 24세의 장 콕토는 『포토막』에서 안드레 지드, 자크-에밀 블랑슈와 함께 이곳을 방문했던 기억을 시적으로 묘사했는데, "이탈리아풍 회랑 같은 네 개의 작은 정원을 지나... 나팔꽃과 헬리오트로프가 가득한 정원... 일곱 개의 계단...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고 회상했습니다.
2020년 소피와 제롬 세이두(Sophie et Jérôme Seydoux)가 이 유서 깊은 정원을 인수한 후, 매디슨 콕스(Madison Cox)가 정원과 공원 복원을, 자크 그랑주(Jacques Grange)와 장-프랑수아 보댕(Jean-François Bodin)이 저택 복원을 담당하여 원래 정신을 그대로 살린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2023년에는 공원 서쪽 입구에 대규모 신규 식재가 이루어져 더욱 풍성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며, 특히 모네가 자주 그림을 그렸던 공원 하부 목초지 바로 위쪽에 바다를 향한 아름다운 전망을 새롭게 열어놓았습니다.
현재 부아 데 무띠에르는 5월 1일 ~ 11월 1일 기간 중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에만 운영되며, 모든 방문은 사전 예약을 통한 가이드 투어로만 가능합니다. 철쭉과 진달래가 절정을 이루는 5월 ~ 6월에 방문하면 가장 화려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으며, 9월 ~ 10월에는 일본 단풍나무들이 만들어내는 가을 색채의 향연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예약 방문 시 조용한 여유와 함께 설계된 시선의 길을 따라 천천히 사색할 수 있으며, 인공이 아닌 자연의 선율 속에서 인상주의자들이 말한 '찰나의 빛'을 직접 느껴볼 수 있습니다.
바다를 향해 펼쳐진 이 마법 같은 정원에서는 러티언스의 벽돌과 석재로 만든 벤치, 산책로, 특유의 지붕이 있는 퍼걸라 산책로 등 건축적 요소들과 지킬의 세심한 식물 배치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부아 데 무띠에르 정원은 그런 예술가들의 시선과 명상, 풍경이 깊숙이 스며든 곳으로서 루앙과 디에프를 잇는 인상주의 루트 속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장소로 현대 여행자에게도 여전히 감각적인 감동을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