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에서 만나는 인상주의의 결정체 – Musée des Beaux-Arts de Rouen
센강의 물결이 도심을 감싸는 도시 루앙(Rouen)은, 단지 중세의 성채만 품은 곳이 아닙니다. 이곳에는 인상주의의 시선이 정착한 가장 아름다운 공간 중 하나인 루앙 미술관(Musée des Beaux-Arts de Rouen)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센 강변의 고도 루앙 중심가 마르셀 뒤샹 광장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파리 밖에서는 가장 풍부한 미술 컬렉션을 자랑하는 프랑스 최고의 지방 미술관 중 하나로, 1801년 나폴레옹 시대의 샤프탈 칙령에 의해 창설되어 오랜 세월 동안 프랑스 미술사의 중요한 흐름을 담아왔습니다.
역사는 1790년 프랑스 혁명 직후 공공 컬렉션 구성을 위한 첫 수집부터 시작되어, 처음에는 예수회 교회에 임시 보관되었다가 1799년부터 일반에 공개되었습니다. 1809년 새로운 시청사로 이전하면서 244점의 회화 목록과 함께 정식 개관한 이후, 19세기를 거치며 컬렉션은 극적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미술관 창립자 중 한 명인 화가 가브리엘 레모니에의 컬렉션을 통해 벨라스케스의 '데모크리토스'가 소장되었고, 1844년에는 들라크루아가 직접 자신의 걸작 '트라야누스의 정의'를 루앙에 기탁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큰 자랑은 루앙 출신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Théodore Géricault, 1791-1824)의 방대한 컬렉션입니다. '메두사호의 뗏목'으로 유명한 이 낭만주의의 거장은 루앙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33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고향 루앙 미술관에는 한 갤러리 전체가 그에게 헌정되어 있으며 11점의 회화를 포함한 예외적인 작품 군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특히 '빨간 안장담요를 걸친 말', '노예들에게 제지당하는 말' 등 말을 주제로 한 역동적인 작품들과 '메두사호의 뗏목' 준비 작품인 '팔 습작' 등이 전시되어 있어, 제리코의 예술 세계를 가장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루앙 미술관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은 1909년 루앙의 석탄 사업가 프랑수아 드포(François Depeaux, 1853-1920)의 역사적인 기증입니다. '600점의 그림을 소유한 남자'로 불린 이 석탄왕은 평생에 걸쳐 근 600점의 작품을 수집했으며, 그 중에는 시슬레 55점, 모네 20점을 비롯해 르누아르, 툴루즈 로트렉, 피사로의 걸작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미술관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루앙 대성당 연작이 실물로 전시된 몇 안 되는 공간이며, 1892-1893년 모네가 루앙 대성당 연작을 그릴 때 드포가 첫 번째로 구입한 '루앙 대성당, 정문, 회색 날씨'를 비롯해 알프레드 시슬리(Alfred Sisley),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 외젠 부댕(Eugène Boudin), 귀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 등의 작품이 조용히 감상자를 맞이합니다. 53점의 인상주의 걸작을 루앙시에 기증함으로써, 파리 밖에서는 프랑스 최대의 인상주의 컬렉션이 탄생했습니다.
현재 미술관에는 페루지노, 제라르 다비드, 클루에, 베로네세부터 시작해 루벤스, 카라바조, 벨라스케스, 부셰, 푸생, 르쇠르, 프라고나르, 앵그르에 이르는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17세기 회화 컬렉션은 예외적인 수준으로 평가받으며, 19세기 프랑스 회화 부문에서는 제리코, 들라크루아, 코로, 귀스타브 모로, 드가, 모네의 대표작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어 19세기 회화의 신전이라 불립니다. 20세기 컬렉션에서는 모딜리아니, 뒤피, 뒤샹 형제들이 중심을 이루며, 퓌토 그룹을 중심으로 한 추상 작가들인 비에이라 다 실바, 뒤뷔페, 느무르의 작품들과 21세기 현대 작가 델부아, 바리니의 야심찬 작품들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연중 다양한 대형 기획전을 개최하여 국제적 명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06년 '플로렌스 미술관 걸작전'은 관람객 수를 87,000명에서 154,000명으로 끌어올렸고, 2010년 '인상주의를 위한 도시: 모네, 피사로, 고갱의 루앙' 전시는 240,000명 이상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노르망디 인상주의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가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2024년 '휘슬러, 나비 효과'와 '데이비드 호크니 노르망디즘' 전시가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모네가 루앙 대성당을 바라보며 "빛은 결코 같은 색을 반복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처럼, 인상주의자들이 사랑한 노르망디의 하늘과 강, 바람은 이 미술관의 창을 통해 다시 살아나며 관람자의 시선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합니다. 현재 Wivisites 앱을 통해 무료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를 제공하며,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걸작 코스와 인상주의 코스 두 가지 경로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상설전 관람 시 무료이며, 기획전 관람 시에만 별도 요금이 부과됩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관하되 화요일은 휴관하며, 1월 1일, 5월 1일, 11월 1일과 11일, 12월 25일에도 문을 닫습니다. 루앙 대성당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파리에서 기차로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이 공간은, 트램 가르-뤼 베르트(Gare-Rue Verte)역과 팔레 드 쥐스티스(Palais de Justice)역에서 도보로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인상주의의 여운을 천천히 누리고 싶은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장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