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되살리는 향, 바이레도(Byredo)
바이레도는 2006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벤 고럼(Ben Gorham)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브랜드의 이름인 'Byredo'는 '향기에 의한(By Redolence)'이라는 문구의 줄임말로, 향기를 통해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벤 고럼은 향수 업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이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인도 출신의 어머니와 캐나다 출신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스웨덴에서 성장했으며, 원래는 프로 농구 선수를 꿈꾸었습니다. 하지만 운동선수 생활을 마친 후 예술 학교에 진학하여 순수 미술을 전공하게 됩니다.
미술학도였던 그는 우연히 조향사 피에르 울프(Pierre Wulff)를 만나게 되었고, 시각적인 예술보다 '후각'이 인간의 기억과 감정을 훨씬 더 강력하게 자극한다는 사실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는 정식 조향 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예술적 감각과 기억 속의 이미지를 조향사들에게 전달하여 이를 향으로 구현해 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바이레도를 탄생시켰습니다.
바이레도 브랜드만의 특별함
바이레도는 기존의 전통적인 프랑스 향수 하우스들과는 차별화된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 미니멀리즘 디자인
바이레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검은색 돔 형태의 뚜껑'과 '심플한 화이트 라벨'입니다. 벤 고럼은 향기 본연에 집중하기 위해 화려한 병 디자인을 지양하고, 극도의 절제미를 강조한 패키징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핵심인 실용성과 미니멀리즘을 대변합니다.
• 원료의 단순화와 명확성
일반적인 향수들이 수십, 수백 가지의 원료를 복합적으로 섞어 복잡한 향을 만들어낸다면, 바이레도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원료를 사용하여 향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냅니다. 이는 사용자가 향을 맡았을 때 특정 기억이나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게 돕습니다.
• 라이프스타일로의 확장
현재 바이레도는 향수와 바디 케어 제품을 넘어 가죽 제품(가방, 지갑), 안경, 메이크업 라인, 홈 액세서리까지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2022년 스페인의 패션 그룹 푸이그(Puig)에 인수된 이후에도 벤 고럼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남아 브랜드의 독창성을 유지하며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 추천 제품
• 블랑쉬(Blanche)
바이레도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베스트셀러'이자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향수입니다. 벤 고럼이 특정 인물을 위해 만든 향으로, '순수함'과 '결백함'을 시각화했습니다. 향은 갓 세탁한 하얀 셔츠, 깨끗한 비누 향, 부드러운 코튼의 느낌이 주를 이룹니다. 알데하이드(aldehyde)와 화이트 로즈가 섞여 투명한 느낌을 주며, 잔향에서는 샌달우드(Sandalwood, 백단향)와 머스크가 따뜻하게 마무리됩니다. 깔끔하고 포근한 이미지의 데일리 향수를 찾는 분들께 가장 적합합니다.
• 모하비 고스트(Mojave Ghost)
미국 모하비 사막의 척박한 환경에서도 꽃을 피우는 '고스트 플라워'에서 영감받은 향입니다. 생명력이 없는 사막에서 피어난 꽃의 신비로움과 강인함을 담았습니다. 첫 향은 암브레트와 사포딜라가 만드는 달콤하면서도 오묘한 과일 향으로 시작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그놀리아와 샌달우드(Sandalwood, 백단향)가 어우러져 몽환적이고 보들보들한 살결 냄새 같은 잔향을 남깁니다. 너무 흔하지 않으면서도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선호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 집시 워터(Gypsy Water)
자유로운 영혼의 상징인 '집시(Gypsy)' 문화와 신비로운 숲의 밤을 찬미하는 향입니다. 흙냄새, 깊은 숲, 캠프파이어의 연기 등 자연으로 돌아간 자유로운 삶을 표현했습니다. 베르가모트(bergamotte, 베르가못)과 레몬의 상큼함으로 시작해 쥬니퍼 베리와 솔잎의 알싸한 숲 내음이 이어집니다. 마지막에는 바닐라와 앰버가 섞여 달콤하면서도 스모키한 반전 매력을 선사합니다. 중성적인 매력을 선호하며, 나무 향이 나면서도 포근한 반전이 있는 향을 즐기시는 분들께 인기가 높습니다.
바이레도는 향수 외에도 동일한 향의 바디 로션, 바디 워시, 핸드크림 라인업이 매우 잘 갖춰져 있습니다. 향수의 지속력이 아쉬운 경우 같은 향의 바디 제품을 함께 사용하는 '향 레이어링'을 통해 더욱 풍부하고 오래가는 향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스톡홀름을 방문하신다면 'Mäster Samuelsgatan 6'에 위치한 본점을 방문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북유럽 특유의 절제된 인테리어 속에서 바이레도의 전 라인업은 물론, 본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특별한 가죽 제품들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