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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엔펠트

햇살이 빚어낸 와인과 알프스 소녀의 꿈이 숨 쉬는 곳, 마이엔펠트

 

마이엔펠트, 시간의 결을 간직한 작은 도시

스위스 동부 그라우뷘덴(Graubünden) 주의 라인 계곡 끝자락, 해발 504m에 자리한 마이엔펠트는 처음 마주하는 인상이 의외로 또렷합니다. 낮은 언덕을 타고 이어지는 포도밭, 성곽을 두른 구시가의 단정한 윤곽, 그리고 2,560m 높이의 팔크니스(Falknis) 산이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는 실루엣이 한눈에 정리되듯 펼쳐지거든요. 인구 2,500명의 작은 규모지만, 풍경의 밀도는 큰 도시보다 진합니다.

 

알프스의 웅장함과 포도밭의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북쪽으로 리히텐슈타인 공국과 맞닿아 있고, 서쪽으로는 온천 도시 바트 라가츠(Bad Ragaz)가, 남쪽으로는 그라우뷘덴의 주도 쿠어가 자리해 있어 이 지역의 관문 역할을 해왔습니다.  마이엔펠트는 "스위스의 작고 오래된 하루"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곳 중 하나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교차로 위에서 흘러온 시간, 어떤 역사를 품고 있을까요?
마이엔펠트 일대는 알프스를 넘나드는 길목과 맞닿아 있었고, 그 덕분에 일찍부터 사람과 物資, 소문과 문화가 스쳐 갔습니다. 10세기 중반부터 브레겐츠 백작들이 통치하던 시절, 1079년 신성로마제국 황제 하인리히 4세가 서임권 투쟁 중 이곳의 성을 파괴한 사건은 이 작은 마을이 얼마나 전략적으로 중요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중세에는 도시를 지키는 성과 방어 시설이 갖춰지며 '지나가는 곳'에서 '머무는 곳'으로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1270년대 아스퍼몬트(Aspermont) 가문이 브란디스 성(Schloss Brandis)을 건설했고, 13세기에는 마을 전체가 성벽으로 둘러싸였습니다. 두께 1m, 높이 4.5m로 시작된 성벽은 14세기에 9.6m까지 높아졌고, 최종적으로 10.5m 높이에 1.8m 두께의 흉벽까지 더해졌습니다. 지금도 구시가를 걷다 보면, "견고하게 지키고, 조용히 살아온 시간"이 건물의 벽면과 골목의 굴곡에 남아 있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1346년 공식적으로 도시 지위를 얻었지만, 실제 시 정부는 1437년이 되어서야 구성되었습니다. 1388년에는 쿠어(Chur)에서 북쪽 세인트 루지슈타이크(St. Luzisteig)를 넘어가는 로마 가도에 통행료를 부과할 권리를 얻으며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1458년, 1622년, 그리고 1720년, 세 차례의 큰 화재가 마을을 덮쳤습니다. 특히 1720년의 대화재는 구시가지 대부분을 잿더미로 만들었지만, 마이엔펠트는 그때마다 재의 속에서 다시 일어났고, 더욱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으로 재탄생했습니다. 현재의 아만두스 교회(Amanduskirche)도 이때 재건된 것으로, 양파 모양 첨탑이 마을 중심에서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천 년의 와인 이야기,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마이엔펠트가 속한 '뷘트너 헤르샤프트(Bündner Herrschaft)'는 독일어권 스위스에서 가장 따뜻한 와인 재배지로 유명합니다. 이 명칭은 마이엔펠트와 말란스(Malans)가 '삼동맹(Three Leagues)'의 속령이었던 시절에서 유래했으며, 지금은 스위스에서도 손꼽히는 와인 산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을과 포도밭이 사실상 한 호흡으로 이어지며, 구시가의 담장 너머로 포도잎이 흔들리는 풍경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하나인 슐로스 잘레네그(Schloss Salenegg)가 있습니다. 950년 페퍼스 수도원의 수도원장이 이곳에 건물과 포도밭의 기초를 놓았고, 1068년부터 본격적으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1,0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이어진 와인 양조의 전통은 1654년부터 구겔베르크 폰 모스(Gugelberg von Moos) 가문이 대를 이어 지켜오고 있습니다.

 

1656년에 만들어진 거대한 목재 와인 압착기는 지금도 성에 보관되어 있으며, 이 가문의 역사와 함께 숨 쉬고 있습니다. 성의 안뜰에 심어진 버드나무는 특별한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17세기 초 잘레네그 성이 개명될 때 심어진 이 나무는 잘리스(von Salis) 가문의 문장이었던 '잘-바이데(버드나무)'를 상징합니다.

1910년, 죽어가던 이 오래된 나무의 속이 비었을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나무 꼭대기에서 뿌리가 속으로 파고들어 새로운 줄기가 자라난 것입니다. 1926년 8월, 이곳을 방문한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는 이 기적 같은 나무에서 영감을 받아 '잘레네그의 버드나무'라는 시를 성의 방명록에 남겼습니다.

 

뷘드너 헤르샤프트 지역은 현재 45종의 포도 품종을 재배하며 50여 종 이상의 와인을 생산합니다. 이 중 78%가 피노 누아(Pinot Noir, 블라우부르군더)이며, 특유의 푄(Föhn) 바람 덕분에 '포도를 익히는 바람'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낮과 밤의 극심한 온도 차이가 포도에 풍부한 맛을 선사하며, 지역 와이너리들은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여러 차례 피노 누아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하이디는 어떻게 이곳의 상징이 되었을까요?
마이엔펠트가 특별한 이유는, 이 도시가 '이야기'로도 기억된다는 점입니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하이디(Heidi)의 배경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단순한 풍경 이상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소설 속 산골의 순수함과 계절의 감각이 이곳의 풍경 위에 겹쳐지면서, 여행자는 실제의 마을을 걷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이야기 속 고향'을 함께 방문하는 기분을 느끼게 되죠.

취리히 출신의 작가 요한나 슈피리(Johanna Spyri)는 인근 예닌스(Jenins)에 사는 친구를 방문하던 중, 이 아름다운 뷘드너 헤르샤프트 지역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녀가 만난 한 소녀가 훗날 소설의 주인공이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1880 - 1881년에 출간된 '하이디'는 1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 어린이와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으며, 50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12편의 극영화, 8편의 애니메이션, 4편의 뮤지컬로 제작되었습니다.

 

마이엔펠트 위쪽 오버로펠스(Oberrofels) 마을에는 '하이디 마을(Heididorf)'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1880년대 모습 그대로 재현된 하이디의 집에서는 짚으로 만든 침대, 주철 솥이 걸린 벽난로, 할아버지의 목각 의자를 볼 수 있습니다. 마을 학교, 염소 축사, 알프스 오두막까지, 모든 것이 소설 속 그 시간에 멈춰 있습니다. 연간 15만 명의 방문객이 이곳을 찾아 하이디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1953년 요한나 슈피리를 기리는 하이디 분수가 설치되었고, 마이엔펠트 역에서 하이디 마을까지 이어지는 '하이디 길(Heidiweg)'은 포도밭과 역사적인 골목을 지나는 2.4km의 순환 산책로입니다. 더 모험을 즐기고 싶다면 하이디알프(Heidialp, 옥센베르크)까지 450m를 올라가는 1시간 45분의 하이디 어드벤처 트레일을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용기 있는 여성이 남긴 발자취는 무엇일까요?
마이엔펠트는 17세기 말 유럽에서 가장 진보적인 여성 중 한 명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호르텐시아 구겔베르크 폰 모스(Hortensia Gugelberg von Moos, 1659 - 1715)는 잘리스 가문의 딸로 태어나 1682년 사촌과 결혼했지만, 자녀들이 어릴 때 사망하고 1692년 남편마저 프랑스군 복무 중 전사하면서 홀로 남게 됩니다.

자연과학, 특히 의학을 독학으로 공부하며 취리히의 학자들과 서신을 주고받았습니다. 자연 치료사로서 명성을 얻었고, 먼 곳에서도 환자들이 찾아왔습니다. 스위스에서 최초로 부검을 실시한 여성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1694년 출간한 '신앙의 해명(Glaubens-Rechenschafft)'은 여성에게 강요된 '생각하지 말아야 할 의무'에 반대하는 내용이었습니다. 1696년 '귀족 여인'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대화(Conversations-Gesprächen)'에서는 의학과 철학에 대한 깊은 지식을 보여주며 지식인의 정신적 자유를 옹호했습니다. 이는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와 사회적 활동 공간을 주장한 선구적인 저서였으며, 명망 높은 가문 배경이 비난으로부터 그녀를 보호했습니다. 1715년 56세로 마이엔펠트에서 존경받으며 생을 마감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어떤 감각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현장에서의 체험은 '작은 감각'들이 차분히 쌓이는 방식으로 완성됩니다. 마이엔펠트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공기가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알프스에서 내려온 시원한 바람과 포도밭에서 풍겨오는 흙내음이 섞여 코끝을 간질입니다.

구시가 골목에서는 돌바닥이 발걸음을 느리게 만들고, 햇빛이 담벼락을 타고 넘어가며 하루의 색을 바꿉니다. 채색된 파사드를 가진 시청사(Ratshaus)가 눈에 들어오고, 귀족 저택들의 문장과 창문에 피어난 제라늄 화분이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이어줍니다. 아만두스 교회의 흰색 천장에 새겨진 후기 바로크 양식의 장식이 햇빛에 반짝이며, 1720년 대화재 직후 지어진 이 교회는 재난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꽃피운 의지를 보여줍니다.

 

포도밭 사이를 걷는 포도원 하이킹 트레일(Vineyard-Hiking Trail)에서는 뷘드너 헤르샤프트 와인의 비밀을 배울 수 있습니다. 흙 냄새와 잎의 풋내가 섞여 나고, 바람이 불 때마다 잎사귀가 서로 스치는 소리가 얇게 퍼집니다. 계절에 따라 향이 달라지는데, 초여름에는 풀과 꽃이 먼저 오고, 늦여름에는 햇볕에 달아오른 돌과 포도잎의 단내가 따라옵니다.

 

가을이면 포도 수확에 참여할 수도 있는데, 9월 말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수확기에는 잘레네그 같은 와이너리에서 직접 포도를 따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햇빛에 달아오른 포도알을 손으로 따면서 이 작은 열매가 천 년의 역사를 만들어왔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습니다.

 

'토르켈(Torkel)'이라 불리는 지역 와인 셀러에서는 4월부터 11월까지 주말마다 번갈아가며 와인 시음회를 엽니다. 지역 특산 요리와 함께 제공되는 와인 한 잔은 여행의 피로를 씻어주고, 포도밭을 바라보는 테라스에 앉아 있으면 시간이 멈춘 듯합니다.

 

 

언제 방문하면 가장 아름다울까요?
계절은 마이엔펠트 여행의 인상을 아주 크게 좌우합니다. 이 지역은 고도가 높은 알프스 마을과 달리, 계곡 저지대의 성격이 섞여 있어 같은 계절이라도 체감이 비교적 온화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 봄 (4월 - 6월): 포도밭이 새싹으로 물들고 야생화가 알프스 초원을 수놓는 계절입니다. 공기가 선명해지고, 초록이 빠르게 짙어집니다. 평균적인 기온 흐름은 대략 9 °C - 24 °C 범위에서 움직이며, 걷기 여행에 가장 좋은 리듬이 만들어집니다.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적어 조용히 마을을 탐험하기 좋으며, 하이디 길을 걷기에 완벽한 날씨입니다.

 

  • 여름 (7월 - 8월): 마이엔펠트의 가장 화창한 계절로, 햇빛이 길고 풍경이 농밀해지는 시기입니다. 낮 기온이 올라 15 °C - 26 °C 정도로 여름의 안정감이 생기고, 포도밭의 색이 가장 '여행 엽서'처럼 보입니다. 7월에는 하루 평균 6.4시간의 햇빛을 즐길 수 있어 야외 활동에 최적이며, 야외 페스티벌과 문화 행사가 열립니다. 6월이 일 년 중 강수량이 가장 많은 달(231mm)이므로 가벼운 우산을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 가을 (9월 - 10월): 마이엔펠트에서 가장 마법 같은 시간입니다. 공기가 다시 얇아지고, 색이 금빛 쪽으로 기울기 시작합니다. 대략 11 °C - 21 °C 정도로 내려가며, 와인 산지 특유의 '수확을 앞둔 긴장감' 같은 분위기가 마을에 스며듭니다. 포도밭은 금빛과 붉은빛으로 물들고, 곳곳에서 와인 축제가 열립니다. 마이엔펠트 와인 페스티벌이 열리는 10월에는 16개 이상의 와이너리가 셀러를 개방하여 지역 와인과 음식을 선보입니다. 9월부터 11월은 호텔 가격도 저렴한 편입니다.

 

  • 겨울 (11월 - 3월): 고요하고 사색적인 마이엔펠트를 만날 수 있습니다. 평균 기온은 -7 - 5 °C로 춥지만, 눈 덮인 포도밭과 알프스의 풍경은 동화 같습니다. 12월에는 하루 평균 1.7시간의 햇빛만 있어 조금 어둡지만, 크리스마스 마켓의 따뜻한 불빛과 글뤼바인(mulled wine)이 겨울의 낭만을 만들어줍니다. 인근 스키 리조트로 쉽게 이동할 수 있어 겨울 스포츠와 와인 투어를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여행자가 알아두면 좋은 정보는 무엇일까요?
언어와 통화: 독일어가 주 언어이지만, 관광지에서는 영어가 잘 통합니다. 스위스의 통화는 CHF(스위스 프랑)이며, 14세기 발서인(Walser)의 이주로 로만슈어에서 독일어로 언어가 전환되었습니다.


접근성: 취리히에서 기차로 약 1시간 15분, 루체른에서 1시간 30분 거리입니다. 마이엔펠트역에서 하이디 마을까지는 5월부터 10월까지 주말과 공휴일에 하이디 버스(포스트버스)가 운행됩니다. 걸어서는 35분(2.4km)이며, A13 고속도로 13번 출구를 이용하면 차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추천 체험:

  • 하이디 마을 투어: 입장권은 마을 상점에서 구매하며, 스위스에서 가장 작은 우체국에서 하이디 특별 소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유모차는 입구에 두고 들어가야 합니다.

  • 와인 투어: '전설의 마이엔펠트(Legendary Maienfeld)' 가이드 투어는 배우들이 연극처럼 마을의 역사를 들려주는 독특한 경험입니다(9월 - 10월, 독일어/스위스 독일어, 약 CHF 14 - 30).

  • 포도밭 산책: 말란스(Malans)에서 출발하는 포도원 트레일은 가족 단위로 즐기기 좋으며, 놀이터와 바비큐 시설도 갖춰져 있습니다.

  • 승마 마차 투어: 뷘드너 헤르샤프트 지역을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돌아보며 퐁듀를 즐기는 특별한 경험도 가능합니다.

 

방문 팁:

  • 마이엔펠트는 반나절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크기지만, '하이디의 마을' 체험과 와인 산지의 결을 함께 느끼려면 하루를 천천히 쓰는 편이 만족도가 높습니다. 현지에서는 하이디 테마의 방문지(체험형 마을)와 함께, 지역 와인과 관련된 프로그램(시음, 산책형 테이스팅 등)도 만나볼 수 있어 "동화 같은 풍경"과 "미각의 설득력"이 한 도시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문화유산:

  • 브란디스 성(Schloss Brandis)과 잘레네그 성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스위스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여행:

  • 많은 와이너리가 유기농 또는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을 실천하고 있으며, 지역 레스토랑들은 팜 투 테이블(farm-to-table) 컨셉으로 운영됩니다. 친환경 교통수단 이용을 장려하는 지역 이니셔티브도 활발합니다.

 

 

 

 

마이엔펠트가 주는 진짜 선물은 무엇일까요?
마이엔펠트의 진짜 매력은, 큰 사건을 과장하지 않는 대신 오래된 풍경을 정성스럽게 보존해 왔다는 데 있습니다. 단순히 하이디의 고향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천 년의 와인 역사, 용기 있는 여성 학자의 발자취, 알프스의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여행자는 그 덕분에 '화려한 관광'이 아니라 '시간의 결을 만지는 방문'을 하게 됩니다. 좁은 골목을 걷다가 문득 하이디가 뛰어다녔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고, 포도밭 사이를 걷다가 수백 년 전 수도사들이 처음 포도를 심었을 그 순간을 상상하게 됩니다. 

 

한 잔의 피노 누아를 마시며 팔크니스 산을 바라볼 때, 이곳에서 느끼는 평온함은 하이디가 전 세계인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 그 자체입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지혜, 순수한 마음의 가치, 그리고 작지만 깊이 있는 삶의 아름다움. 포도밭이 만든 경사면과 성곽 도시의 윤곽, 그리고 하이디라는 이야기의 잔상이 서로를 해치지 않고 함께 남는 곳. 마이엔펠트는 스위스가 가진 단정한 아름다움이 가장 부드러운 방식으로 전해지는 도시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느리게 걷고, 깊이 호흡하며, 진짜 스위스의 심장을 만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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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개요

마이엔펠트의 대중교통은 한마디로 “작은 도시가 큰 스위스와 연결되는 방식”을 가장 단정하게 보여줍니다. 이곳에서 중심이 되는 건 철도입니다. 마을의 리듬은 조용하지만, 역을 중심으로 한 연결망은 생각보다 촘촘해서 여행자는 “소도시의 평온함”을 누리면서도 “이동의 불안”은 크게 느끼지 않게 되죠.

 

마이엔펠트가 철도 중심 구조를 갖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이 도시는 라인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목에 놓여 있고, 가까운 거점 도시들과의 연결이 곧 생활과 여행의 품질을 결정해왔습니다. 그래서 역은 단순한 승하차 지점이 아니라, 마이엔펠트를 “하이디의 풍경”으로만 남기지 않고, 실제로 하루 일정 안에 자연스럽게 편입시켜 주는 관문이 됩니다. 특히 Landquart, Sargans 같은 인근 허브로의 연결이 편리하면, 숙소를 어디에 잡든 일정 구성이 훨씬 유연해지거든요.

 

철도가 “큰 연결”이라면, 버스는 “마을 안의 디테일”을 맡습니다. 마이엔펠트는 도보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크기지만, 여행자의 동선은 종종 언덕 위로 이어집니다. 하이디의 분위기를 직접 만나러 갈 때, 또는 구시가와 포도밭의 경계를 부드럽게 넘나들 때, 버스는 ‘걷는 여행’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체력을 아껴주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특히 시즌에 맞춰 운행되는 **PostBus**의 하이디 관련 노선은, 마이엔펠트 여행이 “풍경 감상”에서 “경험 완성”으로 넘어가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합니다.
 

 

앞으로의 비전

첫째는 더 촘촘한 연결입니다. 그라우뷘덴 주는 최근 시간표 개편을 통해 지역 대중교통의 수송력과 편의성을 높이는 흐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5년 12월 중순 적용된 시간표 개편에서, 장거리·간선 연결의 수송력 확대와 지역망 개선이 함께 언급됩니다. 이런 변화는 마이엔펠트 같은 소도시에겐 “더 안정적인 일상”이자 “더 쉬운 여행”으로 체감되기 쉽습니다.

 

둘째는 친환경·디지털 전환입니다. 버스 부문에서 PostBus는 2035년까지 전체 차량을 전기 구동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즉, 같은 노선을 타더라도 앞으로는 더 조용하고, 더 깨끗한 이동 경험이 일상이 되는 방향이죠.

또한 스위스 대중교통은 ‘표를 어떻게 사느냐’ 자체를 더 단순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Swiss Federal Railways**는 앱 기반 이용 경험을 강화해 왔고, 스위스 전역에서 “더 쉬운 결제·정산” 모델을 고민하는 흐름도 이어집니다.

하이디와 함께 떠나는 버스 여행

5월부터 10월까지, 주말과 공휴일이면 특별한 버스가 마이엔펠트역 앞에서 여행자를 기다립니다. 노란색 하이디버스(Heidi-Bus)는 포스트버스가 운영하는 계절 노선으로, 마이엔펠트역에서 하이디 마을까지 가파른 언덕길을 대신 올라줍니다. 40분간의 가파른 도보를 생략할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자나 여유로운 여행을 원하는 분들에게 안성맞춤입니다.

 

하이디버스는 단순한 셔틀이 아닙니다. 세인트 루지슈타이크(St. Luzisteig)와 하이디 마을을 거치며 뷘드너 헤르샤프트 지역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각 정류장은 하이킹의 완벽한 출발점이 됩니다. 버스 창밖으로 포도밭이 물결치듯 이어지고, 산 너머로 알프스의 윤곽이 선명해질 때, 하이디가 이 길을 걸었을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미래로 향하는 스위스 교통의 비전

스위스 대중교통은 멈춰 있지 않습니다. 2025년 12월부터 동부 스위스에서는 혁신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포스트버스가 중국 바이두의 아폴로 고(Apollo Go)와 협력하여 자율주행 버스 서비스 '아미고(AmiGo)'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2027년 1분기부터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면, 최대 25대의 전기 자율주행 차량이 동부 스위스 지역을 누비게 됩니다. 4인승 소형 차량으로 운영되는 온디맨드 서비스는 기존 정기 노선이 닿지 않는 시골 지역이나 운행 빈도가 적은 시간대를 보완합니다. 마이엔펠트가 속한 그라우뷘덴 지역도 이 혁신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닙니다. 알프스의 좁은 산길과 역사적인 마을 풍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스위스의 철학입니다. 전통과 혁신, 자연 보존과 편의성이 공존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SBB는 2025년부터 확장 프로그램(STEP AS 2025)을 통해 약 60개의 대규모 인프라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CHF 55억을 투자하여 병목 구간을 해소하고 수송 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2025년 신규 시간표에는 마이엔펠트를 포함한 여러 역에 새로운 정차역과 취리히 직행 노선이 추가되어, 더욱 편리한 여행이 가능해졌습니다.

취리히에서 마이엔펠트

취리히에서 마이엔펠트로 갈 때 중심이 되는 교통수단은 기차입니다. 스위스의 장점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구간이기도 해요. 큰 도시에서 출발해도, 여행의 리듬이 갑자기 거칠어지지 않습니다. 객실 안은 조용하고, 창밖 풍경은 도시의 윤곽에서 점차 계곡과 산의 결로 넘어가죠.

 

노선 감각은 단순합니다. 취리히 중앙역(Zürich HB)에서 출발해, Sargans – Chur 방향으로 이어지는 InterRegio(IR) 계열 열차 흐름 속에서 마이엔펠트가 연결됩니다. 시간대에 따라 취리히에서 바로 이어지기도 하고, 어떤 시간에는 취리히 또는 인근 주요역에서 한 번 갈아타는 형태가 들어가기도 합니다. 핵심은 “복잡한 환승”이 아니라, 스위스식으로 “한 번의 리듬 전환”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구조가 깔끔하다는 점입니다.

 

여행자 관점에서 이게 중요한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마이엔펠트가 작아도, 접근이 단정하면 ‘당일치기’와 ‘1박’의 선택이 모두 살아납니다. 취리히 일정 중 하루를 떼어 와도 부담이 적고, 반대로 마이엔펠트를 거점으로 주변 지역을 이어가도 계획이 흐트러지지 않아요. 이런 “작은 도시의 접근성”이 결국 여행 만족도를 올려줍니다.